관계 속 진정성을 돌아보며
우리는 가끔 사람들과 교류를 많이 하다보면 말이 너무 많거나 말에서 현실과의 괴리감이 느껴지는 사람을 만날때가 있습니다.
대화의 사실이 왜곡되고 사라지거나, 같은 일을 두고 전혀 다른 말을 하거나, 말을 할 때마다 기억을 바꾸는 사람을 볼때가 있습니다.
처음엔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나? 라는 생각이 들지만 오랜시간 지내보면 그 사람은 자신의 기억을 바꾸어가며 그 왜곡된 기억을 사실이라고 스스로 믿는다는것을 알게됩니다.

기억 왜곡과 자기기만
심리학적으로는 이런 상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기억 왜곡(memory distortion) : 자기에게 유리하게 기억을 바꾸는 무의식적인 습관
인간의 기억은 생각보다 불완전하고,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조립되기도 합니다.
심하면 현실과 괴리가 커집니다.
자기기만(self-deception):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현실을 왜곡해 믿는 심리
자신이 상처받지 않도록 무의식적으로 기억을 바꿔서 믿는 경우
예를들면 자신이 누군가에게 잘못했어도 “그 사람이 먼저 그랬잖아”라고 기억을 바꾸는 방식.
특징 : 논리로 반박해도 고치기 어렵고, 본인은 진심으로 그 기억을 믿습니다.
허언증(pseudologia fantastica) : 반복적으로 과장된 이야기를 하며 스스로도 믿게 되는 상태
병적인 수준에서 허구를 실제처럼 말하는 경우
일반적인 거짓말과 달리, 말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야기를 믿는 경우가 있고, 꾸며낸 얘기를 반복하면서 진짜라고 착각을 하게된다.
종종 자존감이 낮거나, 과거에 인정받지 못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이런 행동을 통해 자신을 “재구성”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 : 정신분석 이론에서 말하는 부정(denial) 합리화(rationalization) 투사(projection) 같은 것들이 작동
기억 왜곡은 이런 방어기제의 한 형태 “그렇게 기억하면 심리적으로 편하니까” 뇌가 알아서 그렇게 기억합니다.
그런 사람과 오랜시간을 지내다보면 나까지 왜곡된 이야기의 일부가 되어버릴 수 있습니다.
내가 전혀 생각치도 못한 내 모습이 그사람의 입으로 전달되거나
때로는 내가 자주하는 말의 키워드의 앞뒤를 바꾸고 다른 말로 조합이되어 전혀 다른말로 과장되어 전달되는 일들이 생깁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끊는것에 정답이라는건 없겠지만
그러한 관계는 조용히 정리를 하는게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반대로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얼마전 디자인을하는 후배들과 술자리를하며 예전에 작업을 같이할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때 디자인을 작업할 당시
저는 드로잉 기반으로 작업을 했고, 그 후배는 제도를 기반으로 했는데
그 후배의 작업방법이 너무 좋아서 저는 후배의 방식을보고 따라하며 배웠습니다.
그런데 후배는 자신의 제도방법을 오히려 저에게 배웠다고 했습니다.
후배가 저를 높여줄려고 하는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웃으면서
“아니다. 그 작업방식은 내가 너한테 배운것이 맞다” 라고 사실을 이야기 해줬습니다.
그날 우리는 서로에게 배웠다고 웃으면서 말하며 좋은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두 가지 경험이 주는 차이
제가 느꼈던건 이런 차이였습니다.
한쪽은 사실을 바꾸어가며 자신을 부풀리고
다른쪽은 사실을 인식하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것이였습니다.
사실을 왜곡하는 친구가 불편했던 이유는
나는 기억과 사실의 중심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에, 사실을 왜곡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때 불편함을 느낀다는것을 알게 됐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이 다 완벽할순 없겠지만
진실이 관계의 중심을 지키고 그것을 조율하는 자세와 상대를 배려하는 태도가 결국 진정한 관계를 형성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을 과장해서 멋지게 하는것보다 사실을 기반으로 대화를 하는것
그것이 신뢰의 시작인것 같습니다.
사람들과의 대화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자신의 기억을 조작하고 사실을 왜곡하고
또 어떤 사람은 사실을 기반으로 대화를 맞추어 갑니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 그리고 어떤 사람들과 건강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